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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교를 설립하자!

글쓴이 : ㆍ레이ㆍ 날짜 : 2008-05-12 (월) 03:00 조회 : 9038
세상을 살려면 남들과 잘 어울려야 하는데, 내 성격은 그리 밝지도 못하고, 붙임성도 없고, 숫기도 없다. 고집스러운 내 성격은 어디 가서 굽히지도 못한다. 슬픈 일이지만 그러니 만날 방구석에 앉아있을 수밖에 없다. 경직되었다고나 할까? 반골기질이다.

사교성이라도 좀 있어서, 어디 가서 행님! 행님! 하며 좀 붙어먹었으면 몸뚱어리라도 편했으련만. 빌어먹지도 못하는 나의 성격. 참으로 고달픈 인생이다.

담배는 담배연기가 싫어서 어렸을 때부터 피우지 않았고, 술은 정신을 흐트러뜨리기에 될 수 있으면 마시지 않는다. 그런데 며칠 전에 아는 분의 소개로 어떤 분을 만나 술을 마셨다. 소주를 한 병 정도 마신 것 같다. 때로는 사람을 사귐에 필수적인 요건이기도 하기에.

회사에 다니던 시절, 많은 사람의 행동양식을 보면서 느낀 게 있다. “진정한 협상은 테이블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우스울 수 있으나, 협상 테이블은 형식에 불과하고 속 깊은 얘기나 협의는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는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루어진다. 허허실실이랄까. 그러니 담배를 싫어하는 내 방식으로는 사람 사귀는 일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술자리도 그렇다. 정신을 놓기 싫어하는 내 성격은 술자리를 거부했으니, 친구 사귀기에도 어려웠다. 물론 업무적으로 꼭 참석해야 하는 자리에는 참석했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자리에만 해당한다.

재미있는 일은 회사를 퇴직 후에 나의 뒷얘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누군가 내 험담을 했다고 한다. “응 그 사람 술 좋아하고, 여자 좋아한 데, 성격도 지랄 같데” 나하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나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한다고 한다. 사람 일이란 게 참으로 재미있다. 본질은 알지도 못하면서 헐뜯는 데에는 능하다.

사람의 눈은 남을 보도록 만들어져 있다.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눈 속을 볼 수는 없다. 사람의 코는 자신의 냄새는 맡지 못한다. 주둥아리는 자신에게 이야기하도록 만들어진 장치는 아니다. 귀는 남의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을 보는 데에는 강하고, 자신을 보는 데에는 약하다. 자신은 살펴보지 않고 남을 헐뜯는다. 무릇 남의 단점을 보고 나의 단점을 수정하고, 남의 장점을 보고 나를 채찍질한다면 무한의 발전이 있을 것을, 인간의 
한계인가 보다.

이틀째 마신 술 이야기를 하려다가 샛길로 빠지고 말았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분이 집에 방문하셨다.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재미있는 말씀을 하셨다. “상표 씨 우리 종교 하나 만들자!” 내가 눈이 둥그렇게 커지자, “세상 사람들 제정신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드물다. 모두 제 잘났다고 남 앞에 서기를 좋아해서 오히려 남의 앞을 가로막는다. 종교에 빠진 사람은 맹목적으로 숭배하고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른다. 집 팔아다가 종교에 바치고 가족도 버린다. 도대체가 제정신이 없다.” 내가 빙긋이 웃자, “우리 종교 하나 만들자. 종교 이름은 제정신교다. 모두 제정신이 없으니 우리라도 찾아줘야 하지 않겠나!” 하신다. 키득키득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한참을 웃었다. 좀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세상 아닌가. 

나 혼자만이라도 쥐죽은 듯이 구석에 박혀 있어야지, 그것참...

   

Point & Life - 띠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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